다음 장, 다시 장

이정호 Studio D / 홍규선 + 홍상규

Ideas

시장은 사라지는가, 아니면 다른 질서를 기다리는가

수축사회에서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사람의 수나 소비의 양만이 아니다.

도시를 작동시켜 왔던 오래된 장소의 방식도 함께 느슨해지고 있다.

시장은 그 변화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도시 유형이다.

온라인 소비는 물건을 더 빠르게 이동시키고, 지역 상권은 줄어들며, 반복되는 점포와 통로는 점점 비어간다.

그러나 시장이 가진 가치는 판매에만 있지 않다. 시장은 물건과 돈이 오가는 장소이기 이전에, 보기, 묻기, 설명하기, 비교하기, 기다리기, 마주치기 같은 대면 기반 행위가 겹치며 교환을 만들어내는 장소였다.

나는 수축사회의 시장을 낡은 시설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도시의 오래된 질서로 바라본다. 문제는 시장에 프로그램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반복된 그리드와 균질한 통로가 다양한 교환의 가능성을 축소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 프로젝트는 시장을 새 프로그램으로 덮어씌우거나, 새로운 건물로 대체하지 않는다.

기존 시장의 그리드와 공용가로, 길-면 구조를 남긴 채, 그 위에 다른 방향의 질서를 삽입한다.

이 새로운 질서는 균질한 시장의 흐름과 충돌하고, 비켜나고, 겹치며 시장 내부에 머무름과 교차, 작업과 생산, 그리고 교환이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든다.

사라지는 시장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작동할 수 있는 다른 질서로 재조직하는 것.

시장을 다시 시장이라 부르기 위해,

나는 시장의 공간이 아니라 시장의 질서를 다시 묻는다.

Drawings